오랜만에 동해 다이빙을 다녀왔습니다. 얼마전 오픈워터다이버 교육을 마친 두명의 다이버와 함께한 동해 다이빙은 강릉 스텔라에서 진행되었는데요. 이제 막 다이버가된 두명의 오픈워터다이버에게는 참 많은 교훈을 준 다이빙이었습니다. 엄청난 바람과 높은 파도로 인해 다이빙할 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교육 다이빙을 마친 다이버들에게는 동해 펀다이빙이 많은 기대감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에 강릉에 도착하고서 엄청난 바람에 차가 흔들릴 정도였고, 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모래바람을 보면서 내일 다이빙이 가능할까라는 의심을 들게 했네요.

 

 

강릉 스텔라 난파선 다이빙

보트에 탑승할때 '다이빙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모두들 기대했던 동해 강릉 스텔라 난파선 다이빙이기에 출항을 결정했습니다. 11월 26일의 수온은 17℃로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수면과는 달리 수중은 조류도 없이 청물이 들어와 맑은 시야를 보여줬네요.

 

이날 첫 다이빙에서 두명의 오픈워터다이버 중에 한명은 결국 다이빙을 하지 못했네요. 보트에서 입수하면서 마스크가 들려 물이 들어온 상태로 너울이 심하니 당황해서 호흡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결국 입수도 하기전에 다시 보트에 탑승하기로 결정하고 오픈워터다이버 한명을 보트에 남겨둔채 난파선을 향해 들어갔네요.

 

이날 처음으로 드라이슈트를 입고 다이빙을 했는데, 내피를 과하게 두꺼운 동계 내피를 입었더니 8kg의 웨이트로도 쉽게 하강하지 못했네요. 수심 5미터 정도 들어가니까 부력조절이 잘 되었고 청물이 들어온 난파선에 눈이 팔려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노란 황금 놀래미와 웅장한 난파선의 모습에 한참을 바라만 보고 있다가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물고기들의 서식지가 되어버린 강릉 스텔라는 선실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난파선 길이가 60m가 넘기 때문에 한번에 다 볼 수 는 없었고, 선수와 선미, 그리고 중간 부분을 나누어 봐야할 정도였습니다.

 

 

비치 다이빙 

첫 다이빙에서 입수조차 못했던 오픈워터다이버를 위로하고자 두번째 다이빙은 비치다이빙으로 결정했습니다. 첫 입수에서 너울과 바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다시 한번 도전하는 것 보다는 비치에서 체크다이빙을 한 후 난파선을 들어가는게 좋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날 오후로 갈 수록 바람은 더욱 쌔졌고 파도와 조류가 심해서 내항에서 다이빙을 시작했는데, 잠깐의 시간동안 우리는 방파제를 돌아서 외항으로 흘러갔습니다. 수중에서는 조류를 타기 때문에 편한 다이빙을 했지만, 혹시 몰라 수면으로 올라와보니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판단해서 돌아나왔습니다. 컴퓨터에 기록된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수시로 수면으로 올라가서 상황을 파악해야할 정도였어요.

 

수중은 이렇게 좋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한 조류가 있었고, 외항에서 내항으로 돌아오는 100m정도에서는 정말 지옥을 맛봤습니다. 역조류를 이겨내야만 내항으로 도달할 수 있었기에 바닥에 엎드려서 손으로 모래를 짚고 기어나와야 할 정도로 조류가 거셌는데요.

 

바닥과 수면을 오가며 조류를 거스르다보니 파도에 휩쓸려 테트라포트에 부딪히기도하고 탈진 직전의 상황이라서 이러다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사로써 호흡이 거칠어진 오픈워터다이버를 안정시키고 레스큐 교육을 하듯이 오픈워터다이버를 끌고 내항으로 들어오는데 정말....죽을 맛이었습니다.

 

해루질을 좋아했던 오픈워터다이버는 다시는 테트라포트 옆에서 해루질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빠져나오는데 힘들었습니다. 해변에 도착해서도 걸어나올 힘이 남아있지 않아서 엉금 엉금 기어나오다 보니 장비는 온통 모래 투성이가 되었네요. 조류와 위험에 대처하는 법을 실전으로 배운 날이었습니다.

 

 

마지막 난파선 다이빙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다이빙의 디브리핑은 2시간 이상 계속되었습니다. 처음으로 거친 파도에서 다이빙을 경험한 오픈워터다이버들은 긴 디브리핑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오늘 다이빙은 큰 교훈을 남긴 다이빙이었어요.

 

 

다음날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강릉 앞바다는 잔잔했고 말 그대로 수면은 장판이었습니다. 어제 난파선 다이빙에 입수하지 못한 오픈워터다이버는 비치다이빙으로 적응 훈련을 마쳤기에 오늘은 당당히 강릉 스텔라 난파선 다이빙에 가겠다고 자진하네요 ㅎㅎㅎ

 

수온은 어제보다 1℃ 내려간 16℃ 였지만, 웻슈트를 입고서도 난파선의 위용과 웅잠함에 추운줄 모르고 다이빙을 마쳤다고 합니다. 

 

비치다이빙의 고생했던 기억은 잊어버리고, 잔잔하고 시야가 트인 난파선의 키를 잡고 선장이 된 오픈워터다이버입니다. 오픈워터다이버는 난파선의 선실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하기 때문에 갑판과 선체 주변을 돌며 수심 18m를 유지하는 다이빙이었지만, 두명 모두 즐거운 다이빙이었다는게 표정에서도 느껴집니다.

 

강릉 스텔라 난파선 다이빙은 다시한번 가볼만한 포인트입니다. 앞으로도 안전하고 즐거운 다이빙만 즐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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