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탄 : 이시가키 여행에서 만난 이자카야 아와모리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1년에 한두 번 가던 이시가키였지만, 코로나 이후 3년 동안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일본이 국경을 풀면서 기회가 오자마자 이시가키로 직행했습니다. 아는 사람 몇 없는 외딴섬이지만 이시가키 여행은 고향에 가는 기분이고 이자카야 아와모리는 동네 주막처럼 정겹습니다.

 

 

 

이시가키 가는 비행기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오키나와 나하 공항을 경유해서 가야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인천에서 나하를 경유하여 이시가키를 왕복해도 40만 원 이내로 갈 수 있었는데, 코로나는 항공권 가격까지 올려놔서 지금은 60만 원이 가장 저렴한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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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가키 여행의 관문 파이누시마 공항

오전에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 도착하는 비행 편이었지만, 오후 5시 비행기로 이시가키에 넘어왔습니다. 이전에 경유지 간격을 2시간 정도 두었다가, 비행기 연착으로 이시가키 가는 비행기까지 놓쳐버린 기억이 있어서죠. 또, 오랜만에 오키나와 땅을 밟았으니 가까운 시내에서 점심 한 끼 먹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 여유를 좀 부렸습니다.

 

오키나와 나하 시내도 코로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한국으로 오가던 비행편은 모두 없어졌으니 관광객도 눈에 띄게 줄어든 탓에, 3년간의 코로나 암흑기를 보내고 이제야 관광객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친절한 오키나와 사람들과 간단히 오키나와 소바를 한그릇 먹고 국제거리를 한 바퀴 돌다 보니 다시 이시가키행 비행기를 탈 시간이 되었네요. 서둘러 공항으로 돌아와 이시가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비행을 하면 파이 누시마 이시가키 공항에 도착합니다.

 

겨울철이라 해가 짧아서 6시 30분쯤인데 이렇게 어둠이 내렸네요. 정말 오랜만의 이시가키 여행에 공항의 포토존을 지나칠 순 없죠. 호텔 체크인을 해야하기에 사진 한 장 찍고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왔습니다.

 

 

이시가키 이자카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자카야란 일본 전통 술과 안주를 마시는 고급스런 선술집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시가키 이자카야는 전통술과 일본식 안주를 파는 곳은 맞지만, 고급스러운 술집은 아닙니다. 이시가키 시내 중심을 가도, 외곽으로 가도 이자카야는 어디에든 있습니다.

 

 

 

이시가키 이자카야는 말그대로 동네 술집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가게마다 특색 있는 안주거리의 맛을 즐기는 재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대출 풀자마자 도로 맞은편에 있는 하난마야로 갔습니다. 이곳은 코로나 직전에 방문했던 마지막 이자카야로 코로나가 끝나면 이시가키에서 제일 먼저 가보고자 했던 선술집입니다.

 

몇 년전 모습 그대로인 하난마야! 가게에 도착해서 들어가지 않고 한참을 바라보면서 오래전 기억을 들춰보았네요. 마치 추억여행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술집에 들어서면 짭짤한 쨔사이 같은 안주와 앞접시, 그리고 젓가락 한 세트가 올라오는데 이것이 상차림이라는 의미이고 500원의 가격이 부과됩니다. 한국 식당이라면 이해가지 않지만, 저렴한 안주들로만 구성된 이자캬야 특성을 안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시가키 아와모리

이시가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이시가키 전통 소주 아와모리 입니다. 아와모리는 우리나라 서민들의 술 소주처럼, 이시가키 어디를 가더라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와모리는 이시가키 쌀로 빚은 술인데 도수가 30도나 되는 독주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보다는 물에 타서 마시거나, 사쿠아사 과즙이나 커피 등에도 희석해서 먹는 것을 즐겨합니다. 우리가 주문한 "팔중천"이라는 아와모리는 700ml 한 병에 1,500엔입니다.

 

우리나라 소주가 350ml 한 병에 식당에서 5천 원에 판매하는 것에 비하면 비싸게 느껴지지만, 도수 차이가 있고 희석주가 아닌 쌀 발효주라는 점에서 가격이 비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요거 한 병이면 웬만한 성인 2명이 충분히 취하고도 남는 양이거든요.

 

이시가키에 왔으니 참치 한 점은 필수죠. 고급부위는 아니지만 얼리지 않은 생참치 한 접시가 500엔, 우리나라돈으로 5천 원이 안 되는 가격입니다. 양은 적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다른 메뉴를 여러가지 주문해도 술값은 비슷하게 나옵니다.

 

안되는 일본어로 참치 뱃살을 주문하다가 나온 정체불명의 안주입니다. 참치살을 얇게 썰어 양파와 무순, 그리고 쪽파를 잘게 썰어 얹히고 간장소스로 맛을 낸 안주인데, 입맛에 착 달라붙진 않아도 아와모리 안주로는 충분한 메뉴였네요.

 

마지막으로 주문한 비빔국수입니다. 우리가 아는 소면과 참치살을 살짝 볶아 나오는데, 고소한 참기름이 첨가되어서 그런지 마약 같은 맛으로 끊을 수 없이 계속 들어갑니다. 아마도 배가 고플 때 식사와 안주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메뉴인 듯싶네요.

 

비빔국수는 겉으로 보기에는 이맛도 저 맛도 아닌 것 같이 생겼지만, 이시가키 사람들이 좋아하고 거의 모든 이자카야에서 판매하는 메뉴로 인기가 많은 음식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메뉴라서 오늘도 한 접시 했네요.

 

 

 

4년 전 추억

이 시 카키 우루마다이빙클럽은 저의 단골 스쿠버샵입니다. 지금 이시가키 여행을 온 이유도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죠. 우루마다이빙클럽에는 하마다라는 PADI 강사가 있습니다. 하마다가 지금도 있을지 모르지만 오래전 이곳 하난마야 이자카야에서 하마다와 우리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일본도 한국처럼 우정을 담은 소주 한잔에 친구가 되는 문화입니다. 지금도 우루마다이빙클럽에서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이빙을 하다 보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습니다. 이시가키 어디를 가더라도 오래전 새겨두었던 좋은 추억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내가 바로 이시가키에 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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